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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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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메모

 

나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관심으로 작업을 해왔다. 도시, 혹은 도시문화의 언저리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은 제자리를 잃고 어디론가 쫓기고 있는 그것이었다. 이후 점차 그런 인간상을 만들어낸 현대문명에 회의가 일었고, 내 머리 속에는 항상 인간과 문명이라는 두 단어가 맴돌았다. 나는 내가 보았던 것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들에서 이런 나의 생각들의 사실성과 상징성의 흔적들을 채집하려고 무척 고심했다. 나는 나의 작업이 멋진 상품이나 예술품이 되기보다는 이 시대를 비추는 진실한 텍스트가 되기를,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에 대한 한 지식인의 짧은 생각의 반영이기를 원한다. 언젠가는 이 부스러기들이 화석처럼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를 살았던 인간들의 모습에 대한 증언의 한 모퉁이로 남기를 희망한다.

                               2009년 10월

<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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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메모

 

어느 날 나는 한 피사체를 쫓아서 정신없이 걷고 있었다. 셔터를 연거푸 눌러대며…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어두운 덩어리. 이미지가 내 가슴에 철렁 다가왔다. 분명 사람인데…꿈틀대는 검은 덩어리다. 어둠속에서 셔터를 눌렀으니 상이 많이 흔들리고 초점도 흐트러졌다. 와우!

이후로 나는 검은 덩어리들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어스름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바라보며 스쳐지나가는 건물들, 육교, 고가도로, 도심의 구조물들,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 건물도 사람도 카메라도 모두 흔들린다.... 환한 빛에서 보이는 사물보다 어두움 속에서 어슴푸레 형태를 드러나는 사물이 나에게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2013년 8월

<Wast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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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메모

나의 시선은 언제나 쓰러진 자에 닿아 있었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상처 입고 잊혀져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을 텍스트화 하는 것, 그것을 통해 조용히 말을 거는 것이 나의 작업이었다. 아파하며 신음하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산과 들, 강과 바다, 바람과 햇빛마저도 돌이키기 어려운 중병을 앓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나의 작업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아침이 되면 ‘오늘은 또 어디로 발길이 향할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2015년 10월

<In th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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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메모

 

<온더로드>(2009) 이후, 절망의 그림자 <섀도우>(2013)를 지나 자본주의의 살풍경이 펼쳐진 도회지로 나왔다. ‘이제는 어두움을 지나 빛을 향할 때다.’ 하지만 번쩍이는 것들만 많고 빛은 보이지 않았다. 희망도 생명력도 없는 화려함뿐.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내 ‘헬조선’, ‘이생망’ 같은 몹쓸 단어들이 떠나지 않았다.

어지간히 보고 다닌 것 같다. 자본주의의 환상과 그늘이 뒤엉켜 있는 대도시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또 얼마나 ‘무념무상’으로 일상을 받아들이며 견뎌가고 있는지. 하지만 내가 보았으면 얼마나 보았겠는가? 지극히 작은 부분들을 보고 거기서 지극히 적은 부분을 채집했을 뿐이다.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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